2021-05-07
잔병치레 하나 없던 열살짜리 아이 등에 완두콩만한 작은 혹이 잡히기 시작한 것이 작년 말의 일입니다.
여드름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그것은 불과 일주일 새 메추리알만큼 커졌고, 그때만 해도 그리 무겁지 않은 발걸음으로 방문했던 병원에서는 느닷없이 골육종이라는 비현실을 눈앞에 들이밀어졌습니다.
두 차례의 수술에도 끔찍하리만치 자기 존재를 과시하며 절제부위를 뚫고 나오는 종양을 보며 저와 아내는 이 아이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에 수긍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를 떠나보내면 일상에서 가끔씩 마주하게 될 빈자리가 두려웠고 아직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도 다가오는 시간이 야속했습니다.
아내와 뭔가 추억으로 남길 만한 방법을 찾아보다가 결정한 것이 양모펠트 전신인형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분쟁을 해결할 믿을만한 중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네이버에 등록된 몇안되는 공방의 정보를 꼼꼼히 체크하고 고른 곳이 이 소원의공방입니다.
제작기간은 3개월 정도 걸렸고, 사용한 사진은 20여 장 입니다.(다양한 각도에서 촬영)
제가 의뢰한 작품이 고양이 전신인형으로는 아마 최초입니다.
때문에 오히려 작업하시는 분께서 실적이 없는데 맡기셔도 괜찮겠냐며 되물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실물과 거의 똑같습니다.
작업물의 퀄리티는 물론이고, 마감일도 약속하신대로 지켜주셨고, 작업상황의 공유 등으로 여러차례 중간연락을 주셨습니다.
가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만,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특성상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저와 비슷한 고민 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권해드리고 싶네요.